번역을 마치며...

나의 책 이야기/손자병법(孫子兵法)

2022. 10. 9. 21:09


처음 손자병법을 접했을 때가 20대 초반이었다. 그 때 몇 장 읽어보고 '너무 뻔한 내용이네,,,'라면서 읽기를 중단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손해임이 아닐 수 없다. 올해 2번째로 다시 읽기로 시작했을 땐, 전혀 뻔한 내용이 아니라 매우 큰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손자병법은 병법서라고는 하지만, 군사학 책이라기보단 되려 자신을 지키는 인생의 지혜를 모은 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이는 손자병법이 오랜 세월 거치면서 후편들이 전해지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원리와 개념을 맨 앞에 기술한 것을 보면 손자의 사상이 생각보다 보다 더 큰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고전은 인간관계나 나 자신을 성찰할 때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인문고전이다. 되려 군사, 병법의 한 도서라고 보는 시각은 극히 좁은 시야로 책을 바라본 것임이 틀림없다.

고전의 뜻을 가장 잘 파악하기 위해서, 이 지혜를 내 것으로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내 스스로가 번역(!)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한문전공이 아니다. 그래서 한자를 하나하나 찾아보고,집에 있던 도서와 인터넷의 번역을 비교해가면서, 때론 내가 생각한 번역과 비교해가면서 내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번역을 골라 한문의 뜻을 옮겨담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과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번역 작업하는 데 주로 참고한 책.


손자병법의 철학은 함축적으로 표현된 원문을 여러모로 생각해볼 때 그 위대함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번역된 어떤 한글보다 원전의 뜻에 접근할 수는 없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내가 번역, 취합한 문체는 의미가 과소되었거나 틀린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번역 작업의 의의는, 나처럼 한문, 한자가 약한 사람이손자병법의 원전을 깊게 파고들만한 여지를 주었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원문, 음, 번역, 초보자가 잘 모를만한 한자 표기까지 해놓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의역보다는 여러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직역 위주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손자병법은 군사학, 병법서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처하는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다. 때문에 아직 안 읽어본 일반인이면 읽어 보기를 정말 강권한다. 그리고 독자도 한자를 찾아서 직접 한문을 독해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럴 때 비로소 손자병법의 매력과 미묘함에 빠져들 것이다.

兵者 詭道也


손자병법의 사상을 한 마디로 함축하자면, 위의 문장과 같다. (용병이란 속이는 道(도) 이다.) 그렇다고 사기를 쳐먹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조금 풀어쓰면, 계산하고, 분석하고,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고, 적의 환경을 불리하게 만들고, 여러 요인들을 조합하여 미묘한 경지에 이르도록 승부를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진짜 필요하다면 속이는 것도 해야만 한다.

손자가 우리에게 준 목소리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에 가깝다고 본다. 그의 사상의 목적은 '우리 체제의 안정'에 가깝다. 그러니 전쟁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보지 않았을까? 노한 기분은 다시 기뻐질 수 있지만 망한 나라와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火攻(화공)편) 必死可殺也 必生可虜也(필사가살야 필생가로야)라는 문장이 손자병법에 나온다. 이 뜻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란 뜻이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다툼이나 갈등없이 지낼 순 없다. 또한 한정된 자원이나 한정된 기회를 두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손자의 사상은 개인, 사회, 국가가 자신을 지키고 발전하는 데 고려해야할 것들을 함축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우리 자신을 지키는 지혜란 더 없이 소중하다. 나 자신을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謨攻(모공)편)

때론 감탄하고,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러나 이 모두가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김원중 교수님, 나무위키의 작성자들, 한자해석과 필요한 배경 지식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언젠가 역사공부를 할 때도 내가 직접 번역한 손자병법을 다시 찾아볼 때가 왔으면 좋겠다.